패닉 1, 2, 3집을 통해, 그리고 김동률과 함께한 프로젝트 카니발 등을 통해 자유분방한 음악과 가사, 그리고 그에 걸맞는 활동방식을 보여줬던 이적이 '99년 6월 24일 첫 솔로앨범을 발표했다.

색깔이 전혀 다른 파트너와 화확적 결합으로 항상 의외의 결과물을 발표해왔던 그가, 전 앨범을 혼자 장악하고 펼쳐낸다면 어떤 음악이 탄생할지 이전부터 많은 관심과 기대를 불러일으켜 왔다.

'98년 5월 패닉 3집 발표 이후 약 1년여의 공백기를 두고 발표되었던 이 앨범엔 변신과 발전, 그리고 치열한 실험들이 담겨 있다.

"음악적인 면에서"
1. 최근의 일레트로니카 음악들의 요소들이 그만의 새로운 해석과 변주로 펼쳐진다. 리듬과 음원 등에서 적절히 차갑고 기계적이며 때로는 장난기조차 보이는 반면, 악곡 구조 자체는 여전히 60, 79년대 식의 고전적인 문법을 따르고 있다.

이로 인해 현재 '혹은 미래'와 과거가 시대를 뛰어넘어 혼재하고 있는 독특한 양식의 음악들이 탄생했다. 공격적인 테크노-록 '혹은 빅-비트'리듬의 '뛰어!' 역시 공격적인 리듬과 비틀즈적 화성이 결합된 '죽은 새들 날다', Funk와 댄서블한 리듬의 조화 'Game Over', 'Life On TV', 트립합 리듬을 시도한 '회의'등이 해당한다.

2. 반면 어쿠스틱음악에 대한 그의 깊은 이해도 이 앨범엔 여전히 반영되어 있다. '50년대 풍의 이지리스닝계열 록 넘버 '해피엔딩', 22인조 오케스트라와 협연한 소울발라드 'Rain', 이적 스스로 자기의 주제가라 표현한 뮤지컬록 스타일의 '적'등이 그러하다.

"가사의 측면에서"
그 특유의 재기발랄한 감성, 그리고 비판적인 시각, 또한 서정적인 표현들이 모두 녹아있다. 무거운 주제를 다루면서도 일상적이고 구어체적인 접근을 많이 시도 했고, 때론 유머스러한 독설과 풍자도 눈에 뛴다.

탈출을 기도하는 '뛰어!', 기존 질서의 재편을 요구하는 'Game Over', TV에 함몰되어가는 현실을 풍자한 'Life On TV', 전쟁에 대한 피해자적 접근 '죽은 새들 날다', 분단현실에 대한 경험의 서술 '지구 위에서'등이 있다. 특기할 점은 그가 좀처럼 다루지 않던 사랑 노래도 '장마', '회의'등 두 곡 정도 있다는 점.

20세기의 끝에서 막다른 길 "Dead End"을 느끼며 만들었다는 이 앨범에서 우리는 도리어 21세기 음악의 새로운 지향들을 발견한다. 11곡 전 앨범의 완급을 조절하며 적재적소에 폭발적인 힘을 숨겨놓은 이 앨범에서, 우리는 왕성한 장작력의 한 음악가와 그가 변형시킨 또 다른 세상을 발견한다.

1. Dead End
2. 뛰어!
3. Game Over
4. Life On Tv
5. 해피엔딩
6. Rain
7. 죽은 새들 날다
8. 회의
9. 적
10. 지구위에서
11. 잘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