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첫번째 앨범과 다르길 원했고, 그러면서도 첫번째 앨범에서 그랬던 것처럼 재미있게 쿨하게 다채롭게 작업하고 싶었다. 그리고 우리의 팬을 지키고 싶었다. 그들은 우리가 밴드 생활을 시작한 이래 늘 곁에 있었고, 우리의 변화에 관용을 베풀 줄 아는 가장 중요한 존재들이기 때문이다." 앨범 공개를 앞두고 밴드의 보컬 마틴 존슨이 했던 이야기로, 확실한 팬관리의 일환으로 느껴지기도 하는 언급이지만 사실 청중을 의식하는 건 뮤지션의 당연한 근본이다. 이는 밴드의 이름과도 무관하지 않을 것 같다. 그 소년들은 그 소녀들을 좋아하기 때문에 다시 노래를 부른다. 그 소녀들의 마음을 읽은 듯, 그 소녀들이 좋아할 것 같은 화사하고 찬란한 노래를 다시 들려주기 시작한다.

여름의 여전한 사운드트랙

데뷔 앨범 [Boys Like Girls](2006년 8월)에 대한 반응은 '이 여름의 사운드트랙'이라는 것이 중평이었다. 지미 잇 월드, 블링크 182 등과 같은 성격으로 묶이는 이모코어를 표방하고 데뷔한 보이즈 라이크 걸즈는 빠르고 후련한 연주, 재빨리 귀에 감기는 감성적인 멜로디, 그리고 테너와 팔세토를 능란하게 왕복하는 보컬로 그해 여름의 미국 라디오를 장악했던 존재들이다. 올해 6월 첫싱글 'Love Drunk'를 선보인 후 두번째 앨범을 발표한 지금도 그들은 확실하게 여름을 산다. 여전히 시원하고 싱그러운 노래가 대기하고 있는 두번째 앨범 [Love Drunk]도 몇해전과 마찬가지로 변함없는 여름의 필수 품목이다.

거부하기 어려운 힘과 흥의 노래로 앨범을 다시 완성할 수 있었던 비결을, 밴드는 "스튜디오에 들어설 때마다 여기가 바로 라이브 스테이지라고 생각했기 때문"이라고 설명한다. 밴드에 따르자면 데뷔 이래 거의 매일 밤 자신의 노래를 연주할 수 있었던 일정 덕에 늘 다양한 청중을 만나 다양한 반응을 경험할 수 있었고, 그리고 그런 경험이 밴드의 발전을 촉구했다는 것이다. 낯선 현장에서 만날 청중의 반응을 상정하고 앨범을 완성했다는 이들의 회고는 첫번째 앨범과 다르길 원하면서도, 첫번째 앨범에서 고수했던 바람직한 방식들은 지키고 싶었다는 바람과 상통하기도 한다. 적당한 변화와 적당한 유지는 새 작품을 준비하는 밴드의 희망이자 새 작품을 기다리는 청중의 희망이다.

비슷하게 그러나 다르게

'비슷하게 그러나 다르게'를 실천하기 위해 밴드는 새로운 제작방식을 선택했다. 두팀의 프로듀서와 함께 앨범의 절반을 뉴욕에서, 그리고 남은 절반을 밴쿠버에서 녹음했다. 일관성 유지의 차원에서 미국에서 밴드와 움직인 팀은 지난 앨범의 대표곡 'The Great Escape'를 비롯해 'Five Minutes To Midnight' 'Learning To Fall' 등을 함께 작업했던 프로듀싱팀 S*A*M & SLUGGO. 한편 변화에 대한 밴드의 갈망을 충족케 한 인물은 캐나다 출신의 뮤지션이자 프로듀서로, 퍼들 오브 머드와 크리스 코넬과 함께 스튜디오를 공유한 경력이 있는 브라이언 하우즈Brian Howes다.

공동작업의 결과는 자신이 즐기고 청중이 즐길 만한 건강한 상호작용의 연속이다. [Love Drunk]는 아름다운 멜로디와 후련한 연주를 강조한다는 점에서 우리가 기억하는 보이즈 라이크 걸즈를, 한편 의외의 듀엣곡이나 오토튠 같은 새로운 기술을 적용했다는 점에서 우리가 몰랐던 보이즈 라이크 걸즈를 동시에 관전할 수 있을 만한 작품이기 때문이다. 첫싱글 'Love Drunk'는 속내를 알고 보면 처음과 같지 않은 연애의 끝물을 이야기하는 슬픈 노래이지만, 가사를 음미해볼 겨를 없이 듣는 이를 움직이고 들뜨게 만드는 강력한 훅이 압도적이다. 앨범의 문을 여는 첫곡 'Heart Heart Heartbreak'는 이례적으로 사운드 보코더를 동반해 의도적인 기계음을 들려주고 있지만, 강력한 연주와 잊혀지기 어려운 후렴구를 탑재하는 것으로 밴드의 확고한 스타일을 유지한 노래다. 두번째 싱글로 내정된 'She's Got A Boyfriend Now', 컨트리 신성 타일러 스위프트Taylor Swift와 함께 노래한 감성 발라드 'Two Is Better Than One' 등도 쉽게 지나치기 어렵다.

소녀들을 좋아하는 소년들

보이즈 라이크 걸즈의 이야기는 동네 친구들이 의기투합해 밴드를 결성한 몇년 전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보스턴 메사추세츠 출신의 소년들은 어느 정도 창작의 가닥을 잡기 시작했을 시점, 아마추어 뮤지션들이 자작 음원 파일을 업로드해 경합하는 사이트이자 폴 아웃 보이, 마이 케미컬 로맨스, 패닉 앳 더 디스코가 통과하기도 했던 퓨어볼륨PureVolume에 'The Great Escape'과 어쿠스틱으로 녹음한 'Thunder'의 데모를 공개했다. 그리고 확실한 반응이 돌아왔다. 등록했던 그해 말 사이트 내 차트 '우수 예비 아티스트Top Unsigned Artists' 1순위에 등극했고, 퓨어볼륨의 명예를 등에 업게 된 소년들은 곧 앨범제작을 전담해줄 새로운 에이전트를 만나게 된다.

그리하여 계약이 성사됐고 본격적인 공연활동이 시작됐으며 앨범작업도 함께 이루어졌다. 밴드의 대표곡 'The Great Escape'는 빌보드 9위에 도달했고 앨범은 미국에서만 58만장, 세계적으로는 70만장 이상의 세일즈를 기록했다. '코어'보다 '이모'에 주력해 즐거운 소통을 상정한 아름다운 멜로디, 힘의 과시 이전에 멜로디를 훼손하지 않는 조화의 연주, 그리고 또래의 소년소녀가 공유하고 지지할 수 있는 풋풋하고 현실적인 연애담이 승리한 결과다. 이는 지금까지도 지속되는 밴드의 이야기다. 두번째 앨범 [Love Drunk]를 발표한 오늘의 소년들은 무리하게 청년이 되려 애쓰지 않는다. 경험을 통해 조금씩 조금씩 성장하는 삶의 일면들을 사운드로 표현하는 일이 바로 노래하는 소년에게 세상이 기대하는 전부임을 간파한 것처럼.

1. Heart Heart Heartbreak
2. Love Drunk
3. She's Got A Boyfriend Now
4. Two Is Better Than One
5. Contagious
6. Real Thing
7. Someone Like You
8. The Shot Heard Round The World
9. The First One
10. Chemicals Colllide
11. Go